강남역 성형외과 세 곳 돌고 나니 진이 다 빠졌다

강남역 성형외과 세 곳 돌고 나니 진이 다 빠졌다

상담 예약부터 쉽지 않았던 강남 바닥

지인들이 하도 강남 쪽이 잘한다고 해서 무작정 성형외과 리스트를 뽑았다. 요즘은 강남언니 같은 앱으로 다들 한다던데, 막상 해보려니 괜히 앱 깔고 정보가 다 넘어가는 것 같아서 그냥 직접 전화해서 예약했다. 전화하니 상담실장님이 엄청 친절하게 받긴 하는데, 이게 무슨 미용실 예약하는 것도 아니고 날짜 잡는 게 일이었다. 인기 있다는 병원들은 대기만 2주가 기본이라니, 무슨 수술도 아니고 상담받으러 가는 것부터가 문턱이 높다는 게 실감 났다. 상담비도 병원마다 다 달랐다. 만 원 받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아예 없다고 하더라. 대체 무슨 기준으로 가격이 매겨지는 건지, 상담료가 곧 실력인가 싶어서 괜히 비싼 곳으로 예약했다가 나중에 후회할까 봐 중간 정도 가격인 곳들로만 세 군데 골랐다.

대기실에서 마주친 묘한 공기

강남역 근처에 있는 성형외과 세 곳을 하루에 다 몰아서 상담받기로 했다. 첫 번째 병원은 강남역 사거리 쪽이었는데, 들어가자마자 헉 소리가 났다. 로비가 무슨 5성급 호텔처럼 꾸며져 있는데, 다들 마스크 쓰고 눈만 내놓고 앉아 있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삭막했다. 차트 작성하는데 이름이랑 생년월일 쓰고, 상담 희망 부위 적는데 손이 살짝 떨리더라.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되는지. 내 옆에 앉은 사람은 거울을 계속 보는데, 나도 모르게 그 사람 눈매랑 내 눈매를 비교하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주는 차가 너무 차가워서 몇 번 마시지도 못했다. 30분 넘게 기다리다가 이름이 불렸는데, 막상 상담실 들어가니까 긴장감은 사라지고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실장님과 의사 선생님의 온도 차이

실장님 상담은 거의 20분 넘게 이어졌다. 가격이랑 할인 혜택, 이벤트 내용 설명하는 데 시간을 80% 정도 쓴 것 같다. 그러다가 의사 선생님이 슥 들어와서 5분도 안 보고 나가는데, 이게 맞나 싶었다. 실장님은 당장 오늘 예약금 걸면 할인해준다고 계속 유도하는데, 그 분위기 속에서 ‘생각해보고 올게요’라고 말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오늘 예약 잡으시면 실장님 재량으로 10% 더 빼드려요’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사실 내가 원했던 건 전문적인 소견이었지, 쇼핑하듯 가격 깎는 건 아니었는데 말이다. 두 번째 갔던 병원에서는 실장님이 내 얼굴형 보더니 다 필요하다고 해서 기분이 묘하게 나빴다. 그냥 내가 궁금한 부분만 묻고 싶은데, 왜 안 물어본 부위까지 다 건드리는 건지. 의사 선생님은 묵묵부답인데 실장님만 바쁜 느낌이었다.

100만 원대 견적의 늪

돌아다니다 보니 가격 감각도 마비되는 것 같다. 처음엔 눈 위주로만 생각했는데, 상담하다 보니 콧대랑 윤곽까지 추천받게 되더라. 견적을 내보니 거의 100만 원은 우습게 넘어갔다. 어떤 곳은 300만 원이 넘어가는데, 상담실장님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요즘 이 정도는 기본이에요’라고 말해서 내가 너무 모르는 건가 싶기도 했다. 친구가 3년 전에 했을 때랑은 가격 체계가 완전히 다른 것 같아. 물가가 올라서 그런가, 아니면 그냥 강남이라는 위치 때문에 비싼 건가. 세 번째 간 병원에서는 200만 원대 후반을 불렀는데, 거기서도 상담비 1만 원을 챙겨가는 걸 보니 왠지 헛웃음이 나왔다. 주차비도 따로 받는 곳도 있어서, 차 가지고 간 게 후회될 정도였다. 발렛비 5천 원 내고 10분 상담받은 게 대체 무슨 짓인가 싶고.

결국은 선택의 문제인데 결정은 아직

세 곳 다 상담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저녁 8시가 넘었다. 강남 바닥에서 쏟아내는 정보량은 엄청난데, 막상 내 머릿속에 남은 건 ‘어디가 친절했나’와 ‘어디가 제일 비쌌나’뿐이다. 의사 선생님이랑 제대로 대화했다는 느낌을 받은 곳이 하나도 없어서 더 불안하다. 원래 이런 건가 싶다가도, 내 몸에 손을 대는 건데 이렇게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른 병원을 찾아볼지, 아니면 그냥 하지 말지. 상담받기 전보다 오히려 더 고민이 많아졌다. 내일은 좀 쉬면서 천천히 생각해보려 한다. 앱 후기들 다시 찾아보고 있는데, 이게 진짜 광고인지 아니면 정말 사람들이 쓴 건지 구분하는 것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