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에서 상담받고 돌아오는 길에 든 생각

압구정에서 상담받고 돌아오는 길에 든 생각

압구정역까지 가는 길의 묘한 기분

며칠 전 압구정역 근처 성형외과 밀집 구역을 다녀왔다. 평소 성형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거울 볼 때마다 자꾸 눈매가 처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안검하수라는 게 단순히 눈만 졸려 보이는 게 아니라 인상 자체가 너무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몇 번 듣고 나니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거다. 압구정역 4번 출구였나, 거기서 나와서 걷다 보니 정말 간판들이 빼곡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얼굴을 어떻게든 고쳐보려고 애쓰고 있구나 싶어서 기분이 묘했다. 사실 예전에는 남자들이 성형외과 가는 걸 좀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 눈꺼풀이 속눈썹을 찌르기 시작하니까 그딴 생각은 싹 사라졌다.

상담실 안에서 마주한 현실

대기실은 생각보다 쾌적했다. 그런데 다들 나처럼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더라. 내 이름을 부르길래 들어갔는데, 실장님이 일단 사진부터 찍자고 했다. 내 얼굴을 적나라하게, 그것도 조명 아래서 찍는데 정말 못 볼 꼴이었다. 상담실장님은 내 눈을 보더니 바로 ‘남자 눈 재수술은 피부 두께 때문에 어렵다’고 했다. 사실 나는 첫 수술인데 재수술이라니 싶어서 물어보니, 이미 내 눈의 구조가 일반적인 경우와 좀 다르다나. 코 필러도 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요즘은 남자들도 많이 한다며, 코끝만 살짝 올려도 인상이 확 바뀐다고 했다. 가격은 대략 50만 원에서 100만 원 사이였는데, 10분 만에 상담이 끝나고 나오니 멍했다.

비용과 수술에 대한 고민의 무게

코 성형 가격을 물어봤을 때는 솔직히 좀 놀랐다. 생각보다 비용이 꽤 나갔고, 무엇보다 전신마취니 뭐니 하는 소리를 들으니 겁부터 덜컥 났다. 눈 수술 하나 하는 것도 고민인데, 코까지 건드리면 정말 얼굴이 어색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컸다. 상담해주시는 분들은 ‘요즘은 자연스러운 게 대세’라며 다들 똑같은 소리를 했다. 근데 진짜 자연스러운 게 뭔지, 그 기준이 참 모호했다. 어떤 곳은 너무 과하게 권하고, 어떤 곳은 그냥 지금 눈도 괜찮다고 했다. 내가 만약 여기서 수술을 받아서 한 달 뒤에 거울을 볼 때, 만족할 수 있을까? 오히려 수술 전 내 얼굴이 그리워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콧볼 축소와 남자의 욕심

상담 중에 콧볼 축소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가 나왔다. 콧볼이 넓으면 촌스러운 느낌이 든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거울을 다시 보니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복코 수술이라는 게 뼈를 깎는 것도 아니고 살을 좀 다듬는 거라는데, 왜 이렇게 무섭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압구정역 근처에 있는 성형외과들만 돌아도 하루가 다 가겠다 싶었다. 누군가는 눈 하나로 사람이 바뀐다는데, 나는 그냥 지금 이대로 살아야 하나, 아니면 이번 기회에 아예 확 바꿔버릴까. 이 작은 차이가 인생을 얼마나 바꿀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자존감에는 분명 영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찝찝함

상담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거울을 봤다. 병원에서 조명 아래서 봤던 내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상담실에서 들었던 ‘눈 재수술’이라는 말이 계속 맴돌았다. 나는 분명 처음 가본 곳인데 왜 재수술 이야기를 꺼냈을까. 단순히 내 눈 구조가 까다롭다는 뜻이었을까, 아니면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기 싫다는 방어 기제였을까. 여전히 답은 내려지지 않았다. 그냥 조금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수술을 예약하면 당장 다음 주에 바로 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러기엔 내 마음의 준비가 너무 안 됐다. 성형이라는 게 그냥 옷 사는 것처럼 쉬운 결정은 아니니까. 당분간은 지금 상태 그대로, 불편함을 좀 더 견뎌보기로 했다. 굳이 지금 당장 얼굴을 바꿀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막상 하려니 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댓글 1
  • 정말 공감되네요. 저도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변화를 느끼면 더 부각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