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금요일, 반차를 쓰고 강남 일대를 돌아다녔다. 원래는 그냥 피부 관리나 가볍게 받을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신논현역 근처에 있는 성형외과 몇 군데를 둘러보니 마음이 좀 복잡해졌다. 8번 출구 쪽에서 나오니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보이고, 다들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는데 나만 묘하게 이 분위기에 동떨어진 느낌이랄까. 예전부터 이 동네는 주황색 건물이나 대형 메디컬 빌딩이 정말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직접 들어가 보려니 문턱이 생각보다 높게 느껴졌다.
처음 방문했던 병원에서의 미묘한 불쾌함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지인이 추천해준 신논현역 인근의 꽤 규모가 있는 병원이었다. 예약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상담실에 들어가기까지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내부 인테리어는 정말 화려하고 고급스러운데, 상담 실장님이 너무 기계적으로 말을 쏟아내서 당황했다. 내가 턱 쪽 라인이 고민이라고 하니까 바로 지방흡입이랑 근육 묶기를 해야 한다며 족히 400만 원은 넘는 견적을 내미는데, 설명이 너무 빨라서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려는 느낌을 받았다. 질문을 좀 하려고 해도 ‘이미 다들 이렇게 해요’라는 식의 반응이라서, 결국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냥 나왔다.
압구정에서 만난 또 다른 분위기
다음으로는 압구정 쪽으로 넘어갔다. 강남역이나 신논현 쪽과는 또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여기는 좀 더 개인 프라이빗한 느낌을 강조하는 곳이 많더라. 상담받을 때 원장님을 바로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긴 했는데, 문제는 가격이었다. 시술 비용이 병원마다 정말 천차만별이다. 똑같은 부위인데도 어떤 곳은 100만 원대, 어떤 곳은 300만 원을 부르니 어디가 기준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예전에 뉴스에서 들었던 ‘마약 주사방’ 같은 무서운 이야기도 떠올라서 괜히 병원 구석구석을 둘러보게 되더라. 너무 화려한 곳은 오히려 마음이 안 가고, 너무 허름한 곳은 또 불안하고.
청담과 역삼을 거치며 생긴 고민들
결국 청담 쪽까지 가서 마지막 상담을 받았다. 거기 원장님은 앞선 상담들과는 다르게 ‘꼭 지금 안 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해주더라. 지방이식이나 이런 걸 무리하게 하면 웃을 때 어색해질 수 있다며, 차라리 보톡스나 가벼운 관리부터 시작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상담 시간만 대략 1시간 정도 걸렸는데, 오히려 너무 자세하게 설명해주니까 ‘내가 정말 뭘 하고 싶었던 거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결국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근처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차 한 잔 가격인 7,000원조차 고민하면서 몇백만 원짜리 수술을 고민하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만 받는데 왜 이렇게 피곤한 건지
오늘 하루 종일 병원 세 곳을 다니며 느낀 건, 성형외과 정보라는 게 생각보다 투명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들은 다 너무 좋아 보이거나, 반대로 너무 광고 같아서 믿음이 안 간다. 강남 일대 병원들이 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상담할 때마다 들리는 말이 달라서 오히려 더 혼란스럽기만 하다. 3시간 넘게 대기하고 이동하고 상담받고 하느라 체력이 다 빠져버렸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이 다들 얼굴에 뭐 하나씩은 다 하고 사는 걸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만 맴돈다. 당분간은 그냥 안 하고 살까 싶기도 하고, 막상 거울을 보면 또 고민이 시작될 것 같다.
첫 번째 병원에서 견적 나오는 방식이 정말 당황스러웠던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솔직한 가격과 함께 상세한 설명을 들었을 때 신뢰하는 편이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