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 실장님과의 미묘한 대화
강남역 근처에 있는 성형외과를 서너 군데 돌기로 마음먹고 나선 날이었다. 평소 거울 볼 때마다 콧볼이 좀 넓고 콧대가 뭉툭한 게 신경 쓰였던 터라, 그냥 상담이나 한 번 받아보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막상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니 분위기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대기실에는 다들 휴대폰만 보고 있는데, 묘하게 서로 눈도 안 마주치려는 느낌이랄까. 안내 데스크에 접수하고 기다리는데, 실장님이라는 분이 상담실로 불렀다. 비용 물어보기도 전에 수술 방식부터 줄줄 설명하시는데, 무슨 말인지 절반은 알아듣지 못했다. 그냥 예쁘게만 해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상담 중에 800만 원이라는 숫자가 나왔을 때, 내가 생각했던 예산과는 꽤 차이가 커서 당황스러웠다. 이 금액이 적정한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물정 모르는 소리를 하는 건지 판단이 잘 안 섰다. 그냥 웃으면서 상담실을 나왔는데, 다리가 조금 저릿했다.
AI 진단 기계가 내 피부를 보여줄 때
두 번째로 간 곳은 좀 달랐다. 여기는 상담 시작 전에 AI 피부 진단기라는 걸 얼굴에 대고 찍더라. 내 피부 상태가 화면에 적나라하게 나오는데, 모공이랑 색소 침착이 생각보다 심해서 충격받았다. 기계가 알려주는 데이터가 의사 선생님의 진단보다 더 냉정하게 느껴졌다. 병원 홍보 문구에는 정밀 분석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막상 결과를 보고 있으니 내가 왜 여기에 왔나 싶기도 하고. 상담하는 내내 내 코 모양보다는 기계가 뱉어낸 피부 고민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했다. 어차피 코 수술 상담하러 온 건데,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서 거절하지 못하고 주절주절 내 고민을 다 털어놓게 됐다. 사람이 아닌 기계 앞에서 내 콤플렉스를 나열하는 게 은근히 사람 진을 빼는 일이었다.
보험금 서류와 찝찝함의 정체
한 군데는 상담 마지막에 덜컥 합의서 비슷한 서류를 내밀었다. 혹시 모를 부작용이나 재수술에 대한 조항이 빼곡했는데, 읽다 보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예전 기사에서 봤던 1억 원이 넘는 의료분쟁 소송 이야기가 갑자기 머릿속을 스쳤다. 물론 내가 할 수술은 거기까지 갈 건 아니지만, 서류에 서명하는 순간부터는 내 책임이 된다는 게 무거웠다. 실장님은 그냥 통상적인 절차라며 웃었지만, 나는 왠지 도장을 찍기가 망설여졌다. 결국 상담만 받고 나왔는데, 나중에 보니 연락처가 스팸처럼 저장되어 있더라. 그날 이후로 병원 광고 문자가 하루에 몇 개씩 오는데, 차단해도 다른 번호로 자꾸 온다.
발품 파는 게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최소 세 군데는 가봐야 한다고 해서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다녀올수록 더 모르겠다. 어느 곳은 너무 상업적이고, 어느 곳은 너무 차갑고, 또 어떤 곳은 너무 과잉 진료를 권하는 것 같았다. 인터넷 후기들만 볼 때는 다들 예쁘게 잘만 된 것 같은데, 현실에서 상담받아보니 고려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술비용도 500만 원부터 1,000만 원대까지 천차만별이라 기준을 잡기가 어렵다. 결국 이날은 집에 돌아와서 따뜻한 물에 씻고 멍하니 거울만 봤다. 수술하고 나면 정말 고민이 해결될까, 아니면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되는 건 아닐까. 상담받느라 하루를 다 썼는데, 마음은 더 복잡해진 것 같아서 씁쓸했다. 다음 주에 또 다른 곳 예약을 잡아뒀는데,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직도 고민 중이다.
AI 피부 진단기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제 모공이랑 색소 침착이 그렇게 심하다고 생각 못했거든요.
처음부터 너무 길게 잡았나 보네요. 지금 생각하면 콧볼 정도로는 그런 시간 투자할 필요 없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AI 진단기 화면으로 본 피부 상태가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모공이랑 색소 침착이 심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