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피부과에서 마취 크림 바르고 기다리던 시간

동네 피부과에서 마취 크림 바르고 기다리던 시간

갑작스러운 점 제거 시술의 기억

얼마 전 얼굴에 자꾸 신경 쓰이는 점이 하나 생겼다. 사실 작년부터 거슬리긴 했는데, 귀찮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다가 갑자기 날을 잡고 집 근처 피부과에 다녀왔다. 예약도 없이 그냥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갔는데, 역시나 사람이 꽤 있었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접수처 직원이 내 얼굴을 보더니 무심하게 마취 크림부터 바르자고 했다.

보통 피부과 시술은 다들 가볍게 생각하지만, 막상 그 마취 크림을 바르고 대기실 구석에 앉아 있으면 기분이 묘하다. 이름이 불릴 때까지 한 20분 정도 기다렸나. 얼굴 한쪽에 하얗게 약을 바르고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옆 사람과 눈 마주치기도 민망하고, 핸드폰만 계속 뒤적거렸다. 이런 게 딱히 대단한 수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도 아닌 건 또 아니니까.

비의료인 시술 기사 생각이 나던 순간

대기 중에 문득 최근 뉴스에서 봤던 불법 문신업소 마취 크림 사고 기사가 떠올랐다. 아무래도 얼굴에 직접 무언가를 바르는 거니까, ‘혹시나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싶은 생각이 든 거다. 뉴스에서는 부작용으로 쓰러질 뻔했다는 내용이 나와서 조금 겁이 났던 것 같다.

병원은 그래도 나름 정식 절차를 밟는 곳이니까 낫겠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1만 원에서 2만 원 사이의 싼 비용으로 점 하나 빼는 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을 하나 싶어 스스로가 우스웠다. 병원 대기실이 너무 조용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간호사님이 와서 크림을 닦아주기 전까지는 계속 시술 기구 소독 상태가 괜찮은지, 혹은 너무 대충 하는 건 아닌지 쓸데없는 걱정을 계속하게 됐다.

생각보다 짧았던 시술과 예상외의 후속 조치

결국 내 이름이 불리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원장님은 얼굴 한번 슥 보더니 “금방 끝나요”라고 짧게 말했다. 진짜 레이저 소리 몇 번 들리고, 타는 냄새가 코끝을 살짝 스치더니 3분도 안 되어서 끝났다. 허무할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다.

나오면서 보니 비용은 생각보다 더 저렴했다. 그냥 커피 몇 잔 값 정도? 그런데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재생 테이프를 붙여주면서 세수는 어떻게 해야 하고, 햇빛은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주의사항을 들었는데, 이게 막상 집에 오니까 기억이 가물가물한 거다. 그냥 테이프 붙이고 있으면 되는 건지, 아니면 자외선 차단제를 바로 발라도 되는 건지. 결국 다시 전화해서 물어봐야 했다. 병원 측에서는 너무 당연한 설명인데 내가 유난을 떠는 건가 싶어 약간 민망했다.

완벽하지 않은 회복과 남은 불편함

시술 후 며칠 동안은 세수할 때마다 얼굴에 붙은 테이프가 신경 쓰여 죽는 줄 알았다. 물이라도 닿으면 금방 떨어질 것 같아서 조심조심 씻어야 했고, 사람 만날 때도 괜히 얼굴에 시선이 집중되는 기분이었다. 사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은 점 하나 빼는 게 일상생활에 은근히 잔잔한 불편함을 주더라.

지금은 붉은 기가 많이 가라앉긴 했는데, 완벽하게 다 아문 건지는 잘 모르겠다. 거울을 보면 시술하기 전보다 점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옅은 자국이 또 나름대로 눈에 띈다. 피부과 선생님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지만, 이게 정말 완전히 없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여전히 남아 있는 질문들

지나고 나니 이 작은 시술 하나를 위해서 시간을 내고, 대기하고, 또 관리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귀찮은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또 점이 생기면 그냥 놔둘까 싶기도 하고, 아니면 진작 더 빨리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확실히 이런 시술 정보들은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너무 많지만, 정작 내 몸에 닥치면 그 정보들이 왠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결국 내가 직접 겪어보고 불편함을 느껴봐야 비로소 실감이 난다. 다음 주에 한 번 더 병원에 오라고 했는데, 사실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조금 귀찮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댓글 1
  • 마취 크림 바르는 순간, 진짜 내가 시술을 받는 사람인 게 실감났어요. 병원 분위기가 어색한 것도 이해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