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주변을 서성이다가 생각난 것들

강남역 주변을 서성이다가 생각난 것들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강남역 근처에 나갔다가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혼났다. 예전에는 그냥 사람 많고 복잡한 번화가였는데, 요즘은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성형외과나 피부과 간판이더라. 심지어 약국들도 예전이랑은 느낌이 많이 달랐다. ‘메가셀렉트약국’이었나, 그런 이름의 큰 약국들을 봤는데 무슨 큐레이션 매장처럼 여드름, 모공, 재생 이런 식으로 고민별로 제품을 쫙 나눠놨더라고. 약국 안에서 화장품 구경하는 게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려서 30분은 넘게 머물렀던 것 같다. 원래 약만 사서 나오려고 했는데 인테리어가 깔끔하니까 괜히 구경하게 되는 그런 기분이랄까.

성형외과 체험존이 화장품 매장 같더라

어디를 지나가다가 원진성형외과인가 하는 큰 병원 건물도 봤는데, 거기 1층에 자기네 브랜드 코스메틱 체험존이 있더라고. 병원이라기보다는 무슨 팝업 스토어처럼 만들어놔서 처음엔 긴가민가했다. 안쪽으로 사람들이 꽤 북적거리길래 나도 잠깐 기웃거려봤는데, 브랜드 정체성이 어쩌고 하는 설명들이 벽에 붙어있었다. 근데 사실 내 입장에서는 그런 인테리어 구경보다는 내가 예전에 했던 시술에 대한 고민이 더 컸다. 몇 년 전에 코끝 올리는 수술을 했었는데, 요즘 들어 자꾸 코끝이 처지는 것 같아서 거울 볼 때마다 신경이 쓰이거든. 상담받으러 들어가려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 보여서 결국 그냥 돌아 나왔다.

코끝 처짐 때문에 고민하다가 끝난 하루

요즘 검색해보면 코 성형 전문이라는 곳들은 참 많은데, 막상 실리프팅 같은 간단한 시술로 눈을 돌리는 의사 선생님들도 꽤 보이더라. 코끝을 다시 건드리는 건 정말 신중해야 할 문제인데,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닥터올림’ 같은 검색어를 넣어보면 나오는 영상들이 다 비슷비슷해 보여서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500만 원, 1,000만 원씩 들여서 수술해도 결국 3~4년 지나면 처지고 다시 알아봐야 하는 게 현실인 것 같기도 하고. 아는 지인은 이번에 800만 원 정도 주고 재수술을 했다는데, 결과가 만족스러운지는 아직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하더라. 돈도 돈인데 수술하고 나서 그 붓기랑 불편함을 다시 겪을 생각을 하니 벌써 지치는 기분이다.

정보는 넘치는데 딱히 해답은 없는 느낌

아무튼 강남 거리를 걷다 보면 드는 생각은, 정말 정보는 넘쳐나는데 내 상태에 딱 맞는 답은 찾기 어렵다는 거다. 단백질 보충제나 영양제 하나를 골라도 여유증이니 뭐니 따져야 할 게 많고, 성형 정보도 홍수처럼 쏟아지는데 막상 나한테 필요한 진짜 이야기는 드문 것 같고. 그냥 단순히 모델들이 예쁘게 나온 후기 사진들만 보다가 지쳐서 카페에 앉아 커피나 마셨다. 6천 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스마트폰으로 뷰티 관련 글들을 뒤적거렸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더 모르겠다. 이게 마케팅인지 진짜 경험담인지 구분이 안 가는 글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기분

뭐, 결국은 아무것도 안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코끝이 조금 처진 건 그냥 나이 들어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겠지 싶기도 하고. 거울을 한참 들여다봐도 예전이랑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보면 달라진 게 눈에 띄기도 하고. 애매하다. 다음 주에는 근처 피부과라도 예약해볼까 싶었는데, 막상 예약 버튼 누르려니 귀찮아서 또 미루게 되네. 그냥 이렇게 생각만 하다가 이번 달도 다 지나갈 것 같은 느낌이다. 다음번에 강남 나가게 되면 그때는 진짜 상담이라도 제대로 받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댓글 1
  • 유튜브 영상 보면서 봤던 정보랑 다르게, 제 코도 예전에 올린 수술 때문에 점점 처지는 것 같아서 신경 쓰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