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부터 갑자기 거울을 보는데 팔자주름이랑 코 옆쪽이 묘하게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사실 남들이 보면 그냥 나이 들어가는 과정인데, 유독 그날따라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몇 번 들으니까 참기가 힘들더라. 그래서 평소에 눈팅만 하던 피부과랑 성형외과 블로그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뭐 ‘닥터올림’이니 뭐니 해서 실을 넣는 시술도 많고, 보형물을 쓰는 것도 있고 종류가 너무 많아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상담 예약 잡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강남역 근처에 있는 한 병원을 골랐다. 인스타에서 보니까 전후 사진이 꽤 드라마틱해 보이길래 혹한 것도 있었다. 예약금을 3만 원인가 5만 원인가 걸어야 한다는 말에 살짝 고민했지만, 일단 가보자는 마음으로 입금했다. 막상 가보니 대기실에 사람이 정말 많았다. 평일 오후인데도 다들 어디서 이렇게 시간을 내서 왔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20분쯤 기다렸나,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려서 들어갔는데 상담 실장님이 정말 빠르게 말을 쏟아내셨다. 비용은 대략 100만 원 초반대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비싼 건지 싼 건지 감도 안 온다. 그때는 홀린 듯이 결제할 뻔했다.
시술 설명보다 멍하니 앉아있던 시간
상담실에서 실장님이 들고 온 책자를 보는데, 뭐라 그러더라. 비개방형 어쩌고 하면서 실을 넣으면 바로 인상이 바뀐다는 거다. 그런데 문득 무서워졌다. 예전에 뉴스에서 들었던 이상한 의료 시술 사고들도 생각나고, 박나래 관련 기사들도 떠올랐다. 하필 그런 기사를 본 직후라 더 예민했던 것 같다. 사실과 다르다는 본인 해명도 있었지만, 괜히 찜찜한 마음이 컸다. 의사 선생님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실장님이랑만 20분 넘게 이야기하다 보니, 이게 내 얼굴을 고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영업을 당하는 건지 구분이 안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든 생각
결국 상담만 받고 그냥 나왔다. 예약금은 환불받았는지 기억도 안 난다. 아마 안 받았던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병원 문을 열고 강남역 거리로 나오는데, 왠지 모르게 허탈했다. 나이가 들면서 관리를 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생긴 건지, 아니면 정말로 내 얼굴이 그렇게 보기 싫었던 건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주변 친구들은 시험관 아기 시술 같은 거 할 때 정부 지원받는 게 힘들다는 얘기도 하던데, 이런 미용 시술은 내 돈 들여가면서도 왜 이렇게 불안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결과가 불분명한 일에 쓰는 에너지
다시 거울을 보니 여전히 팔자주름은 그대로다. 하지만 상담받던 그 분위기에 휩쓸려 덜컥 시술을 감행하지 않은 게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지금도 ‘그때 그냥 할걸 그랬나’ 싶은 마음이 아주 조금은 남아있다. 매번 이런 식이다. 정보를 얻으려고 찾아보고, 비교해 보고, 결국은 겁이 나서 아무것도 안 하고 돌아오는 루틴. 다음에 또 마음이 변하면 다른 곳을 가볼지 모르겠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찝찝한 기분으로 돌아오는 건 이제 좀 지친다. 그냥 집 앞 카페에서 커피나 마시면서 시간을 좀 더 보내보기로 했다. 주름이 조금 더 깊어지면 그때는 정말 마음을 굳힐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