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올라온 빨간 반점 때문에 피부과만 세 군데를 다녔다

갑자기 올라온 빨간 반점 때문에 피부과만 세 군데를 다녔다

처음에는 단순한 두드러기인 줄 알았다

아침에 거울을 보는데 왼쪽 뺨 아래쪽에 붉은 반점이 생겨 있었다. 처음엔 그냥 어제 술 마시고 얼굴이 좀 탔나 싶었다. 아니면 어제 늦게까지 잠을 못 자서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사실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세수하고 나서 보니까 이게 그냥 붉은 게 아니라 약간 오돌토돌하면서도 피부 안쪽이 진하게 물든 느낌이었다. 친구한테 사진을 찍어서 보내봤더니 ‘야, 이거 혹시 뭐 잘못 먹었냐?’ 하길래 급하게 집에 있는 항히스타민제를 하나 털어 넣었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하루가 지나도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범위가 조금씩 넓어지는 것 같았다. 거울을 보는 게 스트레스가 되기 시작했다. 결국 출근하자마자 근처 피부과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동네 병원들의 진료 방식은 조금씩 달랐다

가장 먼저 갔던 곳은 회사 근처의 작은 의원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내 얼굴을 1초 정도 보더니 ‘피부염 같은데 연고 발라보세요’라며 리도맥스 비슷한 걸 처방해줬다. 진료비는 만 원 정도 나왔나. 그런데 그 연고를 이틀을 발라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더 건조해지면서 따끔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이게 맞나 싶어서 조금 더 규모가 큰 병원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브이빔퍼펙타’니 ‘시너지’니 하는 복잡한 기계 이름들을 벽에 잔뜩 붙여놓은 곳이었다. 거기서는 내 얼굴을 확대경으로 보더니 ‘혈관이 확장된 것 같다’고 했다. 레이저를 쏴야 한다는 거다. 비용을 물어보니 한 번에 15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를 불렀다. 정확한 금액은 딱 정해진 게 아니라 범위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왠지 덜컥 겁이 났다. 그냥 두면 없어질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비싼 돈을 내고 레이저부터 지지는 게 맞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결정을 내리기까지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검색해봤다. 요즘은 뇌졸중 영상 분석에 AI를 쓴다느니 하는 뉴스가 나올 정도로 의료 기술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내 얼굴에 난 이 빨간 반점 하나 없애는 것도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어떤 곳은 ‘숙련된 의료진’을 강조하고, 어떤 곳은 ‘개인별 맞춤’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사실 환자 입장에서 그 ‘숙련된’ 기준이 뭔지, ‘맞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알 길이 없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60만 원짜리 붙임머리를 하고 ‘화장실 간다’며 도망간 사람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더라. 그런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내 얼굴 치료받는 데 몇 십만 원 쓰는 게 왜 이렇게 고민되는지 싶기도 했다. 고민만 하다가 결국 그날은 아무것도 안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결국은 시간이 약이었을까 아니면 시술이 정답일까

지금은 반점이 거의 흐려졌다. 세 번째 갔던 병원에서 준 보습제랑 이름 모를 로션만 열심히 발랐더니 신기하게도 서서히 사라졌다. 레이저를 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참 허무했다. 처음 그 20만 원짜리 레이저 시술을 덜컥 받았더라면 지금쯤 나는 ‘시술 덕분에 나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쓸데없는 돈을 썼다고 후회하고 있었을까. 의료라는 게 참 애매하다. 분명 어떤 환자들은 정밀한 기계와 비싼 시술이 꼭 필요할 텐데, 나처럼 별거 아닌 일에 겁을 먹고 과잉 진료를 걱정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병원이라는 곳이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보를 찾으면 찾을수록 더 혼란스러워지는 것 같다.

여전히 남는 약간의 찝찝함

반점은 사라졌지만 왠지 다시 올라올 것 같은 불안함은 남아 있다. 거울 볼 때마다 예전처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얼굴 구석구석을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친구들은 그냥 다 낫지 않았냐며 그만 좀 보라고 하지만, 한 번 겪어보니 그게 그렇게 쉽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고민하지 않고 바로 시술을 받을지, 아니면 또 며칠 동안 커뮤니티를 뒤지며 고민할지 잘 모르겠다. 그냥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잊고 사는 게 제일인데, 사람 마음이 그게 잘 안 된다. 오늘 저녁에는 화장품 성분이나 좀 더 찾아보고 자야겠다.

댓글 1
  • 항히스타민제 먹기 시작한 게 컸겠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약 복용 전에 꼭 다른 사람에게 상의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