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장 얼굴만 보고 나왔던 그날의 허무함

상담실장 얼굴만 보고 나왔던 그날의 허무함

상담실장님의 화려한 말솜씨에 압도되던 날

처음 강남 일대 성형외과를 돌아다니기로 마음먹었을 때, 사실 나는 1인 성형외과가 뭔지도 잘 몰랐다. 그냥 친구들이 많이 가는 곳, 인터넷 카페에서 유명한 곳 위주로 리스트를 뽑았을 뿐이다. 압구정역 근처에 있는 한 대형 병원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여기가 병원인가 백화점인가’ 싶을 정도의 화려한 인테리어였다. 안내 데스크에서 내 이름을 확인하더니 바로 상담실로 안내했는데, 거기 앉아 계신 분은 의사가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상담실장님이었다. 그분은 내 눈과 코를 훑어보더니 순식간에 견적을 뽑아냈다. ‘이건 이 정도 해야 하고, 이건 서비스로 넣어드릴게요’라며 태블릿 PC를 내밀었는데, 그 금액이 대략 40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를 오갔다. 내가 원했던 건 전문의 선생님의 진솔한 의견이었는데, 상담실장님의 논리적인 패키지 설명만 듣고 나오니 기운이 쏙 빠졌다. 뭔가에 홀린 듯 계약금을 걸고 나올 뻔했던 그 순간의 공포가 아직도 생생하다.

원장님 얼굴은 수술대 위에서 처음 본다는 말의 충격

그 뒤로 몇 군데 더 돌아다녔다. 특히 신사동이나 논현동 쪽에 있는 소규모 병원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소위 ‘공장형’ 병원이라고 불리는 곳들은 수술 당일까지 원장님 얼굴을 제대로 보기도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심지어 대리 수술 문제 같은 뉴스들을 보고 나니 무서워졌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내 얼굴을 맡겨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 건 그때부터였다. 1인 성형외과를 고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 계기랄까. 한 곳은 원장님이 직접 상담부터 수술, 경과 체크까지 다 한다고 강조했다. 상담 시간만 40분이 넘게 걸렸는데, 오히려 그게 더 안심이 되었다. 예전에 들렀던 대형 병원들보다 훨씬 투박했지만, 오히려 그게 내게는 정직하게 다가왔다.

예약금 환불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기억

어느 날은 정말 충동적으로 예약금을 걸었다가 나중에 취소하려고 보니 난관에 봉착했다. 공정위에서 선납 진료권 환불 문제를 개선했다고 기사가 났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우리 병원 내규’라며 완강하게 버티는 경우가 많았다. 위약금 10%를 떼고 환불해주는 게 당연한 건데, 상담실장은 마치 큰 은혜라도 베푸는 것처럼 굴었다. 그때 느꼈던 불쾌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왜 진료비는 미리 내야 하고, 환불받을 때는 이렇게 눈치를 봐야 하는 걸까. 그 이후로 나는 무조건 예약금은 신중하게, 아니 아예 수술 날짜가 확실해질 때까지는 결제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강남 미인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그리고 왜 다들 비슷비슷한 얼굴을 하게 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재수술 없는 첫 선택을 위한 고민

사실 지금도 고민 중이다. 자연스러운 눈매를 원하는데, 과하게 추천해주는 곳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얼마 전에도 청담동에 있는 병원 한 곳을 다녀왔는데, 거기는 상담비만 3만 원을 받더라. 처음에는 황당했는데, 오히려 의사 선생님이 20분 동안 내 뼈 구조와 눈꺼풀 두께를 설명해주니 그 3만 원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화려하게 바꾼다는 말 대신 ‘어색하지 않게 개선하는 방향’을 이야기해주는데, 이게 내가 찾던 건가 싶었다. 다만 문제는 대기 시간이다. 예약하고 갔는데도 40분을 기다렸다. 강남역 근처의 다른 병원들은 회전율이 빨라 대기가 거의 없었는데, 여기는 수술을 꼼꼼히 하느라 그런지 시간이 다들 밀려있다고 했다.

성공과 실패 사이, 여전히 남는 불안함

결국 성형이라는 게 100% 만족은 없는 것 같다. 1인 성형외과를 찾으면 대리 수술 걱정은 덜하지만, 혹시라도 사후 관리가 소홀해지면 어쩌나 하는 또 다른 걱정이 생긴다. 어떤 날은 그냥 수술 안 하고 사는 게 제일 예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거울 볼 때마다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주변에서는 다들 자연스럽게 됐다고 하는데, 당사자 입장에서는 한쪽 라인이 풀린 것 같고 비대칭인 것 같아 밤마다 거울을 본다. 재수술 이야기가 나오면 다들 혀를 내두르니,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깨닫는 중이다. 다음 주에 또 다른 병원 상담 예약이 하나 있는데, 이번엔 또 어떤 말을 듣고 오게 될지 모르겠다. 며칠 전 가본 곳보다 더 나은 곳이 있을지, 아니면 그냥 거기서 할지 여전히 결정하지 못했다.

댓글 2
  • 처음 상담받을 때 그 태도 때문에,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더 와닿네요.

  • 처음에 그 금액 보고 너무 당황했었는데, 뼈 구조 설명 듣고 보니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았던 경험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