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오후에 강남역 11번 출구 근처에 있는 피부과에 다녀왔다. 친구가 요즘 리프팅 시술이 효과가 좋다고 하도 이야기를 해서, 솔직히 팔랑귀인 나는 큰맘 먹고 예약을 잡았다. 사실 예전에는 그냥 집 근처 동네 피부과에서 가끔 점이나 빼고 말았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거울을 볼 때마다 눈가 주름이랑 볼살 처짐이 너무 신경 쓰이는 거다. 인스타그램에서 광고하는 그런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팽팽해지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좀 품었던 것 같다.
대기 시간만 길었던 상담실에서의 기억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엄청나게 화려하고 넓은 데스크가 보였다. 예약하고 갔는데도 대기실에 사람이 정말 많았다. 얼추 봐도 20명은 넘게 앉아 있었는데, 다들 휴대폰만 보고 있거나 서로 친구랑 속닥거리고 있었다. 대기 시간만 40분이 넘었다. 사실 그 시간에 동네 카페에 앉아 커피나 한잔할 걸 그랬나 싶을 정도로 지루했다. 상담 실장이라는 분이 들어오셨는데, 말투가 너무 사무적이라서 내가 질문을 하기도 전에 이미 이야기가 다 끝난 기분이었다. 가격표를 보여주는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비쌌다. 대충 70만 원에서 100만 원 사이를 부르는데, 이게 맞나 싶어서 속으로 계산기를 엄청나게 두드렸다. 요즘은 시술 정보를 앱으로 미리 보고 간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그냥 무작정 간 거라 더 당황했던 것 같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다
상담 실장님은 슈링크인지 울쎄라인지 설명해주면서 기계마다 파장이 어쩌고저쩌고 전문 용어를 섞어가며 설명했다. 사실 귀에 하나도 안 들어왔다. 그냥 거울을 보면서 ‘이게 정말 100만 원어치 가치가 있을까?’ 하는 의문만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옆방에서는 누가 시술을 받는 건지 ‘악’ 소리가 아주 잠깐 났는데, 그것 때문에 더 긴장이 됐다. 부작용 이야기도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상담이 끝나고 나오는데, 결제 안 하고 그냥 집에 가도 되는 건지 눈치가 보여서 괜히 한참을 서성였다. 예약금이라도 안 걸어둔 게 천만다행이었다.
1인샵 미용실과는 다른 차가운 분위기
얼마 전에 집 근처 동네 시장 안에 있는 1인 미용실에서 4만 원 주고 히피펌을 했을 때랑 너무 비교가 됐다. 거기는 원장님이랑 이런저런 동네 사는 이야기 다 하면서 머리도 그냥 편하게 맡겼는데, 여기는 무슨 공장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간 기분이었다. 고객관리 프로그램 같은 게 잘 되어 있어서 예약은 편했을지 몰라도, 사람이 직접 느끼는 따뜻함이나 친절함은 전혀 없었다. 그냥 ‘시술 상품’을 파는 곳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강남역이라는 위치 때문인지 다들 바빠 보이고, 나 하나 없어도 손님은 계속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든 생각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탔는데, 문득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주름 좀 생기면 어떤가 싶으면서도, 또 내일 거울 보면 생각이 바뀔 것 같기도 하고. 확실히 마음이 정리가 안 된다. 굳이 이렇게 비싼 돈을 들여서 남들이 하는 걸 따라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게 맞는 건지. 며칠 전 뉴스에서 남성 난임 치료가 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기사에서도 환자 상담이랑 정보 제공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나도 지금 딱 그런 상태인 것 같다. 뭐가 좋은 정보인지, 뭐가 나한테 꼭 필요한 시술인지 알 수가 없다. 당장 결제는 안 하고 왔지만, 조만간 또 다른 곳을 찾아볼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든다. 다음엔 좀 더 동네 느낌 나는 곳으로 가볼까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집에서 홈케어나 열심히 할까 고민이다.
거울 보면서 고민하는 모습이 와닿네요. 저도 비슷한 생각 한 번 해봤거든요.
혼자 하는 시술 비용이 정말 부담되네요. 저는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생각하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정보 때문에 너무 혼란스러웠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