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구정 거리를 걷다가 문득 든 생각
날씨가 유난히 맑던 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압구정로데오역 근처를 배회했다. 사실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 거울 볼 때마다 거슬리던 눈 밑 불룩한 지방 때문에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나 고민만 쌓여가던 차였다. 친구들이 하도 압구정 쪽 병원들이 경험이 많다고 해서 무작정 지도 앱을 켜고 근처 성형외과 몇 군데를 찍어봤다. 골목마다 촘촘하게 박힌 간판들을 보니 괜히 더 심란해지더라. 어디가 어딘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상담실 문을 열 때마다 느끼는 묘한 긴장감
처음 들어간 곳은 입구부터 인테리어가 너무 화려해서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주눅이 들었다. 상담 실장님이 건네는 가격표를 보니 대략 150에서 200만 원 선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이게 단순히 지방만 재배치하는 건지 아니면 색소 침착까지 봐주는 건지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눈밑지방재배치비용이 생각보다 비싸서 놀란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싶은 자괴감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상담받으러 갈 때마다 다들 자기네 병원이 재배치 제일 잘하고 붓기도 적다고 하니까 나중엔 그 말이 그 말 같아서 머릿속이 엉망이 됐다.
실장님들의 빠른 응대와 나의 느린 고민
보통 성형외과 실장님들은 정말 바빠 보인다. 내가 질문을 채 다 끝내기도 전에 다음 예약 잡으라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압구정 어딘가에 있는 병원에서는 CCTV 실시간 녹화까지 다 한다고 강조하는데, 사실 환자 입장에서는 그런 시설보다 그냥 내 눈 밑이 진짜로 평평해질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한 거 아닌가 싶었다. 말로만 안전을 강조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조금 피로해졌달까. 그냥 집 근처 피부과에서 보톡스나 맞고 버틸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아주 잠시 스쳤다.
견적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의 확신
사실 상담을 돌면서 느낀 건데, 내가 무슨 수술을 어떻게 받고 싶은지에 대한 기준이 없으니까 더 흔들리는 것 같았다. 어떤 의사 선생님은 너무 자신만만해서 거부감이 들었고, 어떤 분은 너무 보수적으로 말씀하셔서 수술을 하나 마나 싶기도 했다. 신사역 쪽까지 좀 더 내려가서 봐볼까 하다가도, 그놈의 상담 예약 잡고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압구정로데오역 근처 카페에 앉아 커피나 마셨다. 7천 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면서 핸드폰으로 성형 커뮤니티 글들을 읽어보는데, 결국 다들 나랑 똑같이 고민하다가 시간만 보내고 있더라.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
결국 이날 상담만 세 군데 돌고 집으로 돌아왔다. 수술 날짜는커녕 병원 정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견적서만 세 장 들고 지하철을 탔는데, 퇴근 시간대라 사람들에 치이고 나니 내가 지금 얼굴에 뭘 하겠다고 이렇게까지 시간을 쪼개서 돌아다녔나 싶었다. 사실 눈밑지방재배치라는 게 인생이 바뀌는 대수술도 아닌데, 왜 이렇게 깐깐하게 굴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일단 다음 달까지는 그냥 거울 안 보고 살다가, 정말 못 참겠다 싶으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왠지 내일도 똑같이 고민만 하다가 말 것 같지만.
CCTV 실시간 녹화보다는 결과에 대한 확실성이 더 중요하더라구요. 상담 과정에서 혼란스러웠던 부분이 저와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압구정 주변 성형외과를 몇 군데 다녀왔었어요. 병원마다 설명이 너무 달라서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