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숙한 압구정의 풍경 속에서
오랜만에 압구정 거리를 걸었다. 예전에는 그냥 친구 만나러 나오던 곳이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른 목적을 가지고 나왔다. 얼굴에 뭔가 조금씩 손을 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꽤 되었는데, 막상 서울 성형외과가 몰려있다는 압구정역 근처에 도착하니 기분이 묘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이름만 들어도 아는 큰 병원들이 즐비한 거리를 걸으니까, 내가 정말 이걸 하려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일단은 가벼운 마음으로 세 군데 정도 돌아보려고 했는데, 막상 입구에서부터 왠지 모를 긴장감이 들었다.
상담은 생각보다 훨씬 길어지고
첫 번째 갔던 곳은 예약도 안 하고 갔는데, 운 좋게도 대기 시간이 20분 정도밖에 안 되었다. 그런데 상담실장님이랑 이야기하고 원장님 뵙고 나니 1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비용은 대략적으로 들었을 때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를 오갔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용어들이 쏟아지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 특히 요즘은 리투오 파인 같은 스킨 부스터나 보조적인 시술도 같이 하는 게 트렌드라고 하던데,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일단 내가 고민하는 부분만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영등포성형외과나 신사성형외과 쪽도 좀 알아볼까 싶었는데, 다들 상담 한 번 받는 게 이렇게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일인 줄 몰랐다.
돌출입과 눈매교정에 대한 고민들
어디서는 비절개 눈매교정이 흉터가 없어서 좋다는데, 또 어디서는 내 상태에서는 절개를 하는 게 확실하다고 했다. 의사마다 말이 조금씩 다르니까 오히려 혼란만 더 커지는 것 같다. 압구정 오렌지 성형외과 같은 곳에서 오래 진료하신 분들 이야기를 보면 또 한결같이 본인들만의 철학이 있는 것 같고. 사실 나 같은 일반인 입장에서는 뭐가 맞는 건지 판단하기가 참 어렵다. 결국 수술 계획은 상담받는 의사의 경험과 노하우에 기대야 하는 건데, 그 사람을 내가 온전히 믿을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게 수술 자체보다 더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졌다.
결국 지쳐서 카페로 들어갔다
두 번째 상담을 마치고 나왔을 때는 이미 오후 4시가 넘어 있었다.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성형외과가 있긴 하던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다. 압구정 길거리를 걷다 보니 송도나 다른 동네에서 교육이나 인프라 때문에 여기까지 고민하며 찾아오는 사람들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단순히 미용 목적이 아니라, 뭔가 콤플렉스를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니까 여기까지 오는 거겠지. 그런데 나는 막상 카페에 앉아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창밖을 보니, 그냥 이대로 자연스럽게 사는 게 나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6천 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휴대폰 사진첩만 한참 들여다봤다.
결정을 내리기에는 아직 부족한 확신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어딘가는 가격이 좀 더 저렴했고, 어딘가는 친절했지만 결과물에 대한 확신을 주기엔 내 마음이 너무 닫혀 있었나 보다. 대구 성형외과까지는 너무 멀어서 못 가겠고, 그냥 서울 근교에서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상담받으면서 들었던 내용들이 머릿속에서 뒤섞여서 정리가 안 된다. 결국 오늘 상담료만 조금 쓰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데, 이게 맞는 건지 아닌 건지 알 수가 없다. 다음 주말에도 다시 나와야 할지, 아니면 그냥 잊고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