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서 들은 말들이 결국 내 생각과는 달랐다

상담실에서 들은 말들이 결국 내 생각과는 달랐다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마음이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코끝이 좀 낮아 보이고 전체적으로 얼굴에 입체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 주변에서 남자들도 다들 하나씩 손을 댄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그런지 그게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사실 성형외과라는 공간 자체를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거라 강남역 주변에 있는 빌딩들을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살짝 긴장되긴 했다. 왠지 입구부터 다들 나만 쳐다보는 것 같고, 들어서자마자 내 얼굴의 결점만 분석당할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던 것도 같다.

3D 스캔인지 뭔지 하면서 보여준 화면들

예약했던 곳은 대형 병원이었는데, 상담 실장님이 들어오자마자 이것저것 엄청 빠르게 설명했다. 요새는 뭐 루미트리 같은 3D 상담 솔루션도 쓴다던데, 실제로 내 얼굴을 찍어서 옆면 사진을 화면에 띄워주니 기분이 묘했다. 컴퓨터로 코 높이를 살짝 높이고 콧대를 다듬어주는데, 실시간으로 내 얼굴이 바뀌는 걸 보니 눈이 돌아가긴 하더라. 분명 그 화면 속 모습은 내가 원하던 날렵한 콧대였는데, 막상 상담실을 나오고 나니 그게 내 얼굴이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섰다. 솔직히 말해서 그 기술이 내 코의 피부 두께나 뼈 모양까지 완벽하게 고려한 건지, 아니면 그냥 보기 좋게 늘려놓은 것인지 일반인인 나는 알 도리가 없으니까.

결과에 대한 기대치라는 게 참 애매하다

상담을 받을 때 가장 답답했던 점은 내가 원하는 방향을 말하면 실장님이나 원장님은 의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결과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뻔한 소리만 한다는 거였다. 상담 불만 원인의 상당수가 결과에 대한 기대치 조절 실패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딱 이해가 갔다. 상담 때는 수술만 하면 금방 연예인 코처럼 될 것 같은 분위기인데, 막상 수술대 위에 올라가는 내 입장에서는 이 수술을 한다고 내 인상이 드라마틱하게 변할지, 아니면 돈만 쓰고 제자리일지 걱정이 앞섰다. 대략 비용은 실리콘이랑 귀 연골을 쓰면 400에서 600만 원 정도를 부르는데, 이게 싼 건지 비싼 건지도 비교군이 없으니 감이 안 잡혔다.

디에이성형외과 같은 곳에서 나오는 스킨케어 브랜드들

대기실에 앉아 있으면 벽면에 병원 이름이 적힌 화장품 홍보 영상이 계속 나온다. 디에이성형외과나 다른 큰 병원들이 더마코스메틱 브랜드를 만들어서 스킨케어 제품까지 파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사실 수술도 수술인데 수술 후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도 강조하니까, 병원에서 직접 만든 화장품을 쓰는 게 안전한 선택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한편으로는 병원 매출 올리려고 저런 것까지 하나 싶어서 괜히 마음이 삐딱해지기도 했다. 상담을 받으러 간 건지, 아니면 부가 상품들을 구경하러 온 건지 나중에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상담을 마치고 나온 뒤의 찝찝함

강남 한복판을 걸어 나오면서 내가 상담받은 내용들을 다시 곱씹어봤다. 상담실에서 들었던 정보들은 확실히 전문적이었지만,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정작 내가 수술 후에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은 머릿속에 없었다. 그냥 상담사가 보여준 예쁜 시뮬레이션 사진만 기억에 남았을 뿐이다. 지금 당장 수술 날짜를 잡는 게 맞을지, 아니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다른 곳을 가볼지 고민이다. 가격이 한두 푼도 아니고, 얼굴에 칼을 대는 일인데 너무 쉽게 생각했나 싶기도 하고. 일단은 오늘 상담받은 곳에서 준 안내 책자만 서랍에 넣어뒀다. 당장 결정하지 않으니 마음은 편한데, 또 거울을 볼 때마다 코가 신경 쓰이는 건 똑같다. 결국 나중에 또 다른 병원들을 기웃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댓글 3
  • 3D 스캔 화면들 보면서도 처음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거,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 불안감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

  • 루미트리 같은 3D 솔루션 보여주면서 얼굴 묘사하는 게 정말 신기했죠? 실제 결과랑 차이가 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드는 건 당연해요.

  • 3D 스캔 화면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거, 실제로 그런 기술이 그렇게 발전했나 싶기도 하고. 그때 잠깐 본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