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근처에서 상담받고 그냥 돌아온 날

강남역 근처에서 상담받고 그냥 돌아온 날

지난주에 강남역 근처를 배회하다가 갑자기 눈매교정 생각이 나서 충동적으로 성형외과 세 곳을 예약했다. 사실 평소에 눈이 처졌다는 말을 듣거나 인상이 흐릿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편은 아니었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뭔가 피곤해 보이는 내 얼굴이 조금씩 거슬리기 시작했던 게 발단이었다. 예약금을 미리 걸어야 하는 곳도 있었는데, 다행히 내가 간 곳들은 그냥 대기 시간이 좀 길 뿐이었다.

대기실에서 보낸 지루한 시간들

첫 번째 병원에 들어갔을 때의 그 특유의 향기가 아직도 기억난다. 약간 알코올 냄새가 섞인 소독약 냄새와 은은한 디퓨저 향이 묘하게 섞여서 머리를 아프게 했다. 평일 오후인데도 대기실에는 사람이 꽤 있었다. 상담 실장이라는 분이 먼저 들어와서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솔직히 말해서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결국은 수술을 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상담 시간은 15분 정도였는데, 실제 원장님을 뵙는 시간은 3분 남짓이었던 것 같다. 대기만 40분을 했는데 말이다. 이런 상황을 겪으니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불쑥 들었다.

남자 눈 성형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현실

남자 눈매교정이라고 하면 다들 자연스럽게, 티 안 나게를 외치는데 사실 그 ‘자연스러움’의 기준이 사람마다 너무 다르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다. 두 번째 갔던 곳은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의 꽤 규모가 큰 병원이었는데, 가격대는 대략적으로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를 부르더라. 예상했던 것보다 비싸서 당황했다. 상담 차트를 보면서 눈꺼풀의 두께나 지방 양을 설명해주는데, 듣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수술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분명 그냥 상담만 받으러 간 거였는데, 나중에는 ‘이걸 안 하면 계속 피곤해 보이겠지?’라는 강박 같은 게 생기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후기들은 다들 잘 됐다는 말뿐이었는데, 막상 상담을 받아보니 나한테 맞는 건지 전혀 감이 안 왔다.

원장님과의 3분 대화가 남긴 의문

세 번째 방문한 곳의 원장님은 생각보다 더 무뚝뚝했다. 눈을 한번 집어보더니 바로 ‘이건 눈매교정보다는 지방 재배치가 필요할 수도 있겠네요’라고 한마디 던지고 나가셨다. 실장이 다시 들어와서 견적서를 내미는데, 처음에 생각했던 금액보다 50만 원이 더 붙어 있었다. 이 정보의 비대칭성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병원마다 하는 말이 다르고, 같은 눈을 두고도 진단이 엇갈리니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누군가는 눈매교정이 필수라고 하고, 누군가는 지방 재배치가 먼저라고 하니 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씁쓸한 기분

상담이 끝나고 강남역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거울을 다시 봤다. 수술하고 나면 정말 저 말대로 인상이 확 바뀔까? 아니면 그냥 붓기 때문에 몇 주 동안 고생만 하다가 원래대로 돌아올까? 사실 수술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회복 기간 동안 겪어야 할 불편함이나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생각하면 선뜻 결정하기가 어렵다. 특히 남자들은 눈 성형을 하고 나면 한동안 어색한 눈매 때문에 꽤나 고생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더 고민이 된다. 200만 원 가까이 되는 돈을 들여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확신이 안 선다.

결론 없는 하루의 마무리

결국 나는 당일 예약을 하지 않고 나왔다. 상담을 다 받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무언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숙제만 더 늘어난 기분이다. 다음에 시간 내서 한두 군데 더 가봐야 할지, 아니면 그냥 지금 상태로 사는 게 나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성형이라는 게 정보가 넘쳐나는데도 막상 내 일이 되니까 정답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 그냥 오늘 하루 강남역 일대를 돌아다니며 여러 병원의 분위기를 훑어본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사실 더 이상 뭘 어떻게 알아봐야 할지도 막막하다.

댓글 2
  •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역시 눈매교정의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었어요. 원장님 왈, 지방 재배치가 더 필요하다니, 생각만 해도 찜찜하네요.

  • 병원마다 기준이 이렇게 달라서 정말 혼란스러웠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고민이 많아졌어요.